내 고향 바다 치수
봄날 삼천포(三千浦) 앞바다는
비단이 깔리기 만장(萬丈)이었거니
오늘토록 필(疋)을 대어 출렁여
내게는 눈물로 둔갑해 왔는데,
스무 살 무렵의
그대와 나 사이에는
환한 꽃밭으로 비치어
눈이 아른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안개가 강으로 흘러
앞이 흐리기도 하였다.
오, 아름다운 것에 끝내
노래한다는 이 망망함이여.
그 잴 수 없는 거리야말로
그대와 나 사이의 그것만이 아닌
바다의 치수(數)에 분명하고
세상 이치의 치수(數) 그것이었던가.
- 박재삼.
2004년 3월 8~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