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반덕'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12.23 60만평 안반데기에서 김치가 영근다 14
김치, 맛을 보다2008. 12. 23. 05:44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의 주소지를 가지고 있는 안반데기는 생긴 지형이 마치 떡매로 떡쌀을 칠 때 밑에 받치는 안반처럼 움푹 파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평창군 도암면 수하리와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용평리조트에서 도암댐 방면으로 가다 왼편 피덕령 쪽으로 오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피덕령 정상에 서면 비로소 해발 1238m의 고루포기산 능선에 자리한, 바꾸어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고랭지 채소 재배지인 안반데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약 60만평에 이르는 산비탈을 일궈 만든 고랭지 채소밭이 장장 8km에 걸쳐 펼쳐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배추와 감자를 한 해씩 번갈아 심는데 배추를 수확하기 전에 가 보면 너른 밭을 가득 메운 배추들이 마치 흐드러진 꽃 마냥 눈부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65년에 고루포기 능선에 새로 개척된 마을인 까닭에 강원도 내 대부분의 고랭지 채소 재배지엔 사람이 거주하지 않지만 안반데기에는 40가구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겨울엔 오로지 황량한 바람과 보행이 불가능하리만치 많은 눈이 쌓이는 곳이니만큼 단순히 거주한다기 보다는 견뎌낸다는 표현이 옳을 듯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장철을 앞둔 싯점엔 각처에서 열리는 경매시장에 배추가 싱싱한 상태로 배달되어야 하기에 보통 새벽 3시부터 작업을 시작하여 오후 2~3시 정도에 끝이 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부분 10여 명 정도가 한 조를 이루어 하루에 5톤 트럭 3대 분량(약 9000포기)의 양을 수확한다. 때문에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마치 하늘의 별 만큼이나 수많은 헤드 랜턴 불빛들의 반짝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동이 터올 때쯤이면 안반데기 일대는 대형 트럭들로 뒤엉켜 도시의 러시아워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분주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연신 뒤바뀌는 일기의 변화 속에서 찬연한 빛줄기가 먹구름을 밀어내고 형언할 수 없으리만큼 파란 하늘을 선보일 때가 많다. 그럴 땐 안반데기의 수많은 배추들이 하나둘 오롯이 살아나며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늘에 맞닿아 자연이 빛과 물, 양분을 주고 사람이 손으로 거두는 안반덕 배추는 자연과 사람이 합심하여 일구어낸 하나의 작품이 아닐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땅을 일구어 씨를 뿌리고, 다시 헤아릴 수 없는 보살핌으로 자식처럼 돌보는 기간이 3개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같은 지극 정성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잦은 비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추가 더 많아 배추를 거두는 손길엔 노동의 힘겨움과 아쉬운 마음이 동시에 묻어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닐 하우스 속 어쩌다 뿌리 내린 배추 한 포기, 잎이 다 피도록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지만 그 덕분에 포크레인 삽날은 면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다행스럽고, 또 어찌 보면 측은하기도 한 풍경. 부디 내년엔 안반데기 배추밭에 풍작이 들길 기원해본다.

-2007년 9월 21일

 





Posted by 임재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