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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8 풍파에 뼈가 녹고, 젓새우에 입맛이 살고 4
김치, 맛을 보다2008. 1. 2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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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 가는 배를 기다리며 어머니는 쪽파를 다듬으신다. 말끔하게 손질된 쪽파의 매콤하고 싱그러운 향기가 지도 선착장의 한 모서리를 어슬렁거릴 때쯤 저만치서 거짓말처럼 불쑥 나타나는 철부선 한 척, 풍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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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가을운동회라도 열린 것인지 배에서 내린 어머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앞을 향해 내달린다. 이유는 오직 하나. 저편에 서있는 버스에 먼저 올라 자리를 잡기 위함이다.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 밉지 않고 예까지 들릴 듯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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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의 막장이 탄광이라면 바다의 막장은 새우잡이 배'란 말이 있다. 한번 육지를 떠나면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적어도 15일 이상을 배에서 먹고 자며 새우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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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번 그물을 끌어올리고 내리는 작업을 되풀이해야 한다. 그물이 새하얗도록 새우라도 많이 올라오면 좋으련만 해가 갈수록 새우 생산량은 하향 곡선만 그리고 있다. 하지만 새우가 많이 잡혀도 문제다. 그만큼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터무니없이 싼값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젓 새우는 국내 젓 새우 가격을 크게 뒤흔들고 있다. 이래저래 그물은 근심만 가득해서 무겁기 이를 데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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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새우를 잡는 어선에서 직접 염을 하여 젓새우를 담는다. 한 드럼에 담기는 젓새우의 무게는 약 100kg에 육박한다. 때문에 이를 운반선에 옮기는 작업은 생사가 교차할 만큼 위험한 일이다. 파도 때문에 계속 흔들리는 배에서 운반선에 무거운 드럼통을 옮기다가 실제로 압사하거나 다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하니 밥상에 놓이는 새우젓 한 점일지라도 하찮게 취급할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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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잡은 새우는 바닷물을 채운 통에 체질을 해서 불순물을 걷어내는 작업을 거쳐 육지에서 염을 한다. 적당량의 소금을 새우와 섞는 작업인 염을 끝내면 다시 잡고기나 불순물을 골라내는 수작업을 거치는데 이는 젓새우의 등급을 높게 받기 위함이다. 주름진 어머니의 손등이 그야말로 ‘짠’하게 눈망울에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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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에 의해 1차로 염장 처리된 젓새우들 중 약 90%가 목포 수협과 신안군 수협에서 경매를 통해 전국의 주요 젓갈시장으로 팔려나간다. 한창 젓새우가 생산되는 요즘엔 이곳 송도 공판장에서 일주일에 두 차례 경매시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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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에서 생산된 젓 새우는 각 지역에 따라 염도와 온도 등 저장 방법을 달리하면서 그 지역만의 독특한 풍미를 지닌 젓갈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대표적인 곳이 토굴 저장 젓갈로 유명한 광천과 강경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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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운반선엔 크레인이 장착되어있어 소금을 비롯해 가스, 부식거리 등을 육지로부터 옮겨 실은 뒤 곳곳에서 2주일 넘게 바다 위에서 생활하는 새우잡이 어선들에게 공급하게 된다. 바다 위의 만물상이요, 오아시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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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자기가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타인이 하는 일의 어려움이나 고단함을 잘 알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새우젓을 반참 삼아 입에 넣고 먹기는 좋으나 그 새우젓 한 점이 밥상 위에 놓여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땀방울이 소요되는 지 관심을 기울이기란 힘든 노릇이다. 이처럼 사회 구성원 각자의 노고에 대해 서로 존중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더이상 하찮게 취급받지 않는 것 하나 없이 소중한 존재로 거듭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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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함부로 깎아 버린 손톱이 해 저무는 송도 바다 위에 초승달로 걸린 것인가. 10월 중순을 넘긴 서해바다는 아직 숨결이 고르고 그 품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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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18일 
Posted by 임재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