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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8 남녘땅 북쪽 끝 - 고성군 대진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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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희미하게 구분되는 여명이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았건만 동해안 최북단 어항인 고성군 대진항은 여기저기 불을 밝힌 채 활기로 넘쳐난다. 환한 대낮보다는 어두운 밤바다에서 얻어지는 것이 더 많은 까닭에 언제나 이들의 일상은 해뜨기 전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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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덜미를 파고드는 칼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대진항 여기저기에서 위대한 삶의 한때를 위해 어부들의 손길이 어느 때 보다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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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수평선을 박차고 어제와는 또 다른 하루의 해가 솟아오를 무렵, 동녘 하늘에 번지는 황금빛 아침노을이 일렁이는 물결을 따라 고만고만한 어선들이 국내 유일의 유인등대인 대진등대의 인도에 따라 포구로 앞 다투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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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판장은 이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장화와 고무장갑으로 단단히 채비를 한 어부들은 배에서 퍼 올린 활어를 나르는데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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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쪽에선 그물을 손질하는 아낙들의 손놀림이 그만큼 더 바빠지고, 어느새 눈이 부실만큼 커진 해는 사람들 사이로 금빛 햇살을 흩뿌리고 있다. 그야말로 눈부신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매 황홀한 생의 한때라 적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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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포구에 배를 댄 어선에서 어쩐지 심통 맞게 생긴 생선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찌 보면 커다란 올챙이처럼 생긴 것이 이만저만 불친절하게 생긴 것이 아니다. 그래도 인기는 좋은 모양인지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구경하고 흥정하느라 정신이 없다. 한 어부에게 물어봐서 알게 된 것이지만, 이 얄궂게 생긴 생선은 '도치'였다. 이맘때 대진항에는 제철 맞은 도치잡이가 한창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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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가 지천으로 잡혔던 지난날 도치는 생선 취급도 못 받았었다. 지금은 ‘금태’라 불릴만치 귀해졌지만, 한때 명태의 고장으로 명성이 높았던 고성에서 도치가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고 버려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금은 특유의 담백한 맛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신분상승을 했다. 사람 팔자, 아니 물고기 팔자 시간 문제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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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포구를 뒤로 한 채 어부들의 뒤를 따라 들어선 식당에서 뜨거운 밥에 김 오르는 도치국 한 그릇으로 뱃속을 든든하게 채울 일이다. 이 세상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진지하고 중요한 일이 무엇이겠는가.
한결 더워진 몸을 이끌고 언덕 한편에 우뚝 서있는 대진등대에 올라서면 대진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밤새 파도에 시달렸을 배들은 겨울 햇살에 몸을 말리며 꾸벅꾸벅 졸고 있고, 갈매기들은 그 위를 오르내리며 어판장을 힐끔거린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적당히 여유롭고 충만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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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각박하고, 삶이 고단하다 느껴질 때면 새벽녘 대진항에 가서 한껏 몸과 정신을 데우고 오자. 활어 보다 더 싱싱한 생명력으로 하루를 여는 그 생때 같은 목숨들과 더불어!

2008년 4월.



 




Posted by 임재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