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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속초'를 얘기하면 설악산을 떠올린다. 그 다음으로 대포항이나 동명항 등의 포구를 이야기한다. 해수욕장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속초에서 해수욕장이 가지는 의미는 그리 크지 않다. 바다가 산에 깃들어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표현을 과장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 법한데 속초라는 시명(市名)의 유래를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물론 여기서는 그 유래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 너무 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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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 치고 설악산에 대한 추억은 누구라 할 것 없이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추억엔 경중의 차별이 없으므로 수학여행에서든 신혼여행에서든, 그렇지 않으면 몇 박 며칠의 산행에서건 저마다 지니게 된 추억은 설악산을 그리움의 산으로 변모시키는 데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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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깃들어서도 시간에 쫓기는, 나 같은 미련한 중생 또는 등산이 버거운 사람들끼리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른다. 멀리 보이는 속초 시내와 그 너머 동해를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어쩐지 유폐된 채 어디론가 끌려가는 것 같은 이질감은 지우기 힘들다. 물론 창 너머 펼쳐지는 설악의 파노라마를 보노라면 금방 잊어버리게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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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봉우리에만 오르면 '야호'를 외치던 아저씨, 아줌마들은 이제 산을 오르지 못하게 된 것일까? 사람들은 그저 추억을 담기 위해 이동전화기를 꺼내고, 또 권금성에 오른 감동을 억누르기 힘들어 이동전화기에 대고 그 감동을 덜어주기만 한다. 이처럼 소소한 삶들의 풍경 덕분에 설악이 더욱 빛나는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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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동 세심교를 건너 신흥사를 찾았다가 되돌아 나오는 연인들이 금빛 햇살을 이끌고 나오는 듯하다. 신흥사 오가는 길에 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청동불좌상은 아니 본만 못하다.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 '세계, 최대, 최초, 최고'라는 단어들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에 두 개의 단어가 수식어로 붙어있으니 오죽 못났으면 그리 읊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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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항은 양식산, 동명항은 자연산'이란 기치를 내걸고 사람들의 발길을 모았던 동명한 활어 난전. 이제 저 풍경도 동명항에서 사라지고 없다. 대신에 현대식, 글쎄 현대식이란 것이 그처럼 보잘것없는 시멘트 건물을 지칭하는 것을 뜻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현대식으로 지었다는 건물이 사진 속에 보이는 자리에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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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 난전에서 회를 떠와 부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술잔을 나누던 풍경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어떤 이는 비위생적이고 불결한 환경이 개선되었다고 좋아할 수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다. 언제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이 모든 것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부두의 한 귀퉁이에 앉아 한 젓가락 씩 먹던 회 맛이며 소주 한 잔의 정취를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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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항 방파제를 오르내리며 정해진 곳만을 비추는 헤드랜턴의 불빛처럼 우리네 인생의 좌표도 이미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갈고리에 걸린 문어처럼 벗어던지고 싶은 쓸쓸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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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작은 동요도 일으키지 않는 해녀의 자맥질이 보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는 고요한 시간. 오후의 영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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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 요금 200원. 걸쇠로 이쪽저쪽에 걸린 쇠줄을 걸어 당기며 배를 움직이는 '갯배'가 아직도 청호동과 속초 시내를 잇는 교통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치 과거와 미래를 잇는 타임머신 처럼....... 여직 다리를 놓지않고 있는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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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동 방파제 너머 떠다니는 섬이 있다는 걸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 장호를 신은 채로 청호동 사람들마저 잠들고 / 흥남이나 청진 물이 속초 물과 쓰린 속으로 / 새섬 근처에서 캄캄한 소주를 까다가 쓰러지면 / 북쪽으로 날아가는 새섬을 사람들은 보지 못한다 / (중략) / 청호동 방파제 너머 청호동 사람들의 / 흐르는 섬이 있다는 걸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이상국, '청호동 새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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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동에서 갯배를 타고 건너면 왼편에 위판장이 있다. 포구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건 크고 작은 경매가 열리기 마련인데 개인적으로 '속초' 하면 이같은 위판장의 풍경이 떠오른다. 고무줄 보다 더 큰 탄력과 활력으로 가득한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건강하면서도 억척스러운 속초민들의 삶. 그것이야말로 속초를 다시 찾게 만드는 큰 힘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4년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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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천 / 김경범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당신의 마음속 도시는 어디입니까? 아무도 들려주지 않았던, 나의 도시를 가장 아름답게 여행하는 법! 우리 도시를 사랑하는 20인의 내 마음속 도시 이야기와 팔 년간 전국을 누비며 카메라에 담아낸 임재천의...



Posted by 임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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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휴가를 속초로 가게 되서 링크타고 들렸습니다. 사진들이 멋지네요 ^^

    2009.08.12 17:20 [ ADDR : EDIT/ DEL : REPLY ]
    • 와우, 좋은 곳으로 휴가를 가시는군요! 부럽습니다.^^

      부디 좋은 시간 보내고 오시길 바라구요, 사진들 멋지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뵈었으면 좋겠구요! :-)

      2009.08.12 17:50 신고 [ ADDR : EDIT/ DEL ]
  2. 속초다 속초!!!
    회사진이 없는게 아쉽네요
    속초 하면 떠오르는게..

    1. 회
    2. 오징어
    3. 바다...

    역시 바닷가는 회!!! 인겁니다!! ㅎㅎㅎ

    밑에서 네번째 사진 좋네요.. 자연스러워 보이는 포즈에 멋진 배경..

    어딘가 가고 싶어 지는 사진 이네요 ㅎㅎ

    2009.08.16 12: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오징어도 결국 회로 드실테니까 속초 가시면 바다를 마주하시고 앉아 회만 드시고 오나봐요.ㅎㅎ

      저도 속초 가면 대포항 난전 가서 돼지엄마께 2만원어치 장만해달라고 해선 외옹치 입구 바닷가에 앉아 소주랑 먹고 온답니다. 물론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앉아서 말이죠.

      어쩌다 보니 슬프고 비통한 날에 답글을 적게 되었군요. 모쪼록 서거하신 김대중 대통령의 명복을 빌어 마지 않습니다.

      2009.08.18 22:12 신고 [ ADDR : EDIT/ DEL ]
  3. 고1때 처음 친구들과 갯배를 타고 신기해서 서로 먼저 끌겠다고 아웅다웅하던 때가 생각나는군요.
    다음달 6일에도 설악산에 갑니다. 서북능선을...
    모르는 사람들은 맨날 설악산만 가냐고 하지만, 설악산 코스만 3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산에 가면 항상 즐겁지만 그중에서도 설악산은 단연 최고입니다.
    자주가도 질리지 않고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산행후엔 당연히 동명항으로 고고씽~
    벌써 기대 만땅입니다.

    2009.08.18 09:42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는 갯배를 끌어보지 못했습니다. 사진 촬영하느라구요.ㅎㅎ 설악산 서북능선...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군요. 앞으로 또 서북능선을 탈 일이 있을까 싶지만 마음 만큼은 태연 씨와 동행하고픈 마음이 꿀떡 같습니다. 동명항 회맛도 그립구요. 모쪼록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2009.08.18 22:15 신고 [ ADDR : EDIT/ DEL ]
  4. 사진 사진!!! 새로운거 올려 주세요!~~~~ ^^:(어디 가셨나요.. ㅜ.ㅡ;

    2009.09.17 21: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컬러링 님, 안녕하세요! :-)

      한동안 이 블로그를 비워놓고 있었는데 잊지않고 이렇게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지했다시피 블로그를 이전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그곳에서도 뵐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새로운 블로그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구요! :-)

      2009.09.20 01:06 신고 [ ADDR : EDIT/ DEL ]
    • 네이버로 가시는 건가요?... ㅜ.ㅡ;
      가시더라도 들르겠지만.

      아무래도 찻집 만큼 들르기는 쉽지 않겠지요.. ㅜ.ㅡ;
      블로그 단장 마치시면 놀러 갈게요~^^:

      2009.09.20 13:12 신고 [ ADDR : EDIT/ DEL ]